술 마시고 필름 끊김. 주정, 실수. 죄책감.
지능의 역설이라는 책을 보니, 지능이 높을수록 술에 빠질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음? 그럼, 애주가들이나 알코올 의존 또는 중독인 사람들은 이 글을 보고 기쁠까? (나는 조금 좋아했었음) 나는 스스로 엄격하게 판단해 볼 때, 알코올 의존증이 있었다. 1주일에 3회 이상 술을 마셨고, 한번 마시면 최소한 소주 1병을 마셨다.
내가 술에 의존했던 가장 큰 이유는 외로움이었던 것 같다. 불안했던 가정환경, 원만하지 못했던 교우관계, 자기 비관적인 삶. 술에 빠지기 좋은 3박자가 완벽했다. 술에 빠져 살다 보니 술을 마시고 실수를 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만취하여 필름이 끊기고, 길바닥에서 잠도 자보고, 친구들한테 실수해서 친구도 잃어봤다.
그런데도? 고쳐지지 않았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했다. 저렇게 실수를 하고도 계속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고 실수를 했거나 필름이 끊기면 죄책감이 들었다.
그리고 불안감도 함께 찾아왔다. 실수를 하지 않았더라도 기억이 나지 않으면 일단 불안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나 어제 실수한 거 없어?" 묻는 게 일상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소주는 맛이 없을뿐더러 취할까 봐 안 마시게 되었고, 맥주는 살찔까 봐 먹지 않는다. 그나마, 달달한 와인을 한 번씩 마시며, 마실 때 3잔은 넘지 않으려 한다. 알코올 의존증에 가까운 내가 어떻게 술을 마시지 않게 되었을까? 술을 끊어야지 하고 끊었다기보다는 자연스레 술과 멀어지게 되었다. 이유를 생각해 보면,
1) 바쁘게 살게 되었다. 나는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한다. 일어나야 할 시간이 아침 6시 30분이다. 술을 마시면 굉장히 힘들다.
2) 술을 마실 시간에 대체할 일들이 많이 생겼다. 일 끝나면 운동해야 하고, 저녁 먹어야 하고, 독서해야 하고, 블로그 글 써야 한다. 주말부부라 주말엔 아내를 만나러 가야 한다.
3) 친구들을 잘 만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2번과 같다. 바쁘다. 6번도 포함이다. 그러나, 이 바쁜 시기들이 지나고 목표를 달성하면 나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할 시간을 가지려 한다. 물론, 술은 마시지 않을 것이다.
4) 술을 마시면 신체적인 고통이 뒤따른다. 비염이 심해 코가 막히고, 체온이 올라가 두드러기가 난다. 최근에 건강검진을 했는데 위염이 심해 의사가 술을 먹지 말라고 했다.
5) 멋있는 몸이 가지고 싶어졌다. 근육의 가장 큰 적은? 술, 고칼로리 음식이다. 술을 마시면 고칼로리 음식을 찾게 된다.
6) 1억을 모아야 한다. (2023년 나의 목표 중 하나) 그러니 술 사 먹을 돈도 없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자연스레 술과 멀어지게 되었다. 더불어 삶의 질도 올라갔다. 더 이상 코막힘과 두드러기로 고생하지 않는다. 죄책감도 들지 않고, 불안감도 줄었다. 아침이 상쾌하다. 술을 마시지 않음으로써 많은 에너지를 갖게 되었다. 지금 읽는 책인 열정은 쓰레기다에 나오는 내용 중에 이런 게 있다. 판단의 기준을 에너지로 삼으라. 술을 마시는 행위는 나의 에너지를 상당히 갉아먹는 행위였다.
나는 알코올중독의 수준까지 가본 적은 없어서 알코올 의존증 그 이상의 사람들의 마음은 잘 모르겠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금단증상 같은 건 없었다. 그저 너무 좋을 뿐이다. 술을 마시고 죄책감이 든다는 것은 어찌 보면 매우 긍정적이다. 저 깊은 내면의 무의식 속에 변화의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자주 또는 술을 많이 마시는 게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죄책감이 드는 사람이라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내가 했던 것처럼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더 찾아보았으면 좋겠다. 자책하거나, 불안해하거나, 괴로워할 시간에 말이다. 갑자기 변화하려 애쓰지 마라. 그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변화는 작은 무언가가 합쳐져서 나타나는 결과이다. 그러니, 왜 나는 이렇게 문제인걸 알면서도 바뀌지 않을까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담으로 내가 술을 마시지 않으니 나의 아내가 매우 좋아한다. 나도 기쁘다. 행복에 다다르는 조건을 하나 더 충족한 셈이다. 그것도 매~우 쉬운 방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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